독일 베를린의 ‘삼다(三多)’를 ‘사람’을 기준으로 해서 나열해 보자.
1. 베를린에는 외국 이주민들이 많이 산다: 베를린 총 인구수는 2007년 7월 기준 약 335만명이다. 이중 ‘외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 약 466300 명이다. 전체 베를린 주민 중 13,9 퍼센트에 이르는 수치다. 이 통계에는 이미 독일 국적을 가지고 있는 외국 이주민은 제외되었다. 베를린에 살고 있는 외국 이주민들 중 가장 많은 비중은 ‘터키인’들이 차지하고 있다. 터키 국적 약 137000명에, 독일 국적 터키인 약 2만명을 합산하면 15만명 이상의 터키인들이 베를린에 살고 있다. ‘뭐 그리 많은 숫자가 아니구만’라고 말할 수 있지만, 이들이 많이 모여 사는 거리를 지나다 보면, 이곳이 독일인지 터키인지 헛갈릴 때가 있다. 베를린에는 이주민들이 주민 구성의 50% 넘게 차지하는 지역(한국으로 치면 ‘구’에 해당)이 세 곳 있다. 그 중 하나가 ‘크로이츠베엌 Kreuzberg’이다.
2. 베를린에는 동성애자가 많이 산다. 공식적인 통계 수치는 없고, ‘추정치’만 존재한다. 전체 주민 비율에서 적게는 6%에서 많게는 10%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를 증명하듯 베를린 시장도 동성애자다. 이유가 뭘까? 가장 큰 이유는 ‘독일 분단’ 이다. 구 동독 땅 한 가운데 위치한 서베를린에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끊임없는 ‘미/소 군사 갈등’ 때문에 ‘서베를린에 산다’는 것은 ‘적진 한 가운데 산다’는 것과 동의어였다. 이러다 보니, 당시 서독 정부는 온갖 지원책으로 ‘서베를린 거주’를 유도했다. 그 지원책 중 하나가 ‘병역 의무 면제’다. 당시 군대 가지 않아도 된다는 소식을 가장 반겼던 사람들 중 한 부류가 동성애자들이다. 이들을 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그나마(!) 최근 많이 호전되었다는 사실과 비교한다면, 70/80년대 동성애자들이 받았을 가혹한 차별과 차가운 시선은 그 정도가 대단했을 것이다. 짐작컨데, 동성애자들이 ‘서 베를린’으로 그들의 ‘성 정체성’을 찾아 떠난 이주 행렬은 새로운 낙원을 찾아 떠나는 기쁨과 기대의 그것이었을 것이다. 동성애자들은 베를린에서도 ‘함께 모여’ 살았다. 이들이 정착한 땅은 당시 서베를린에서 버려진 땅 ‘크로이츠베엌 Kreuzberg’이다. 베를린 장벽에 붙어 있으면서 ‘버려진 집들’이 유난히 많았던 지역, 전기와 상하수 시설망이 갖추어 지지 않았던 ‘서베를린 구석’ 크로이츠베엌에서 동성애자들은 그들만의 삶을, 삶의 문화를 일구어 갔다. (참, 최근에는 베를린에 독일 최초로 ‘동성애자 양로원’도 생겼다는 소식이…)
3. 베를린에는 ‘대안적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정확히 얘기하면 많았다. 이들의 뿌리도 분단 시절로 올라간다. 병역 의무, 그들의 말에 따르면 ‘강제 노동’을 반대하기에, 동서 군사 갈등의 한 복판에서 ‘평화’를 얘기하고파, 버려진 땅 ‘크로이츠베엌 Kreuzberg’에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만들었다. 이들 ‘좌파 대안 운동가’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당시 ‘버려진 집’들있었다. ‘빈집 거주’운동이 이들에 의해 시작되었고, 도시 한복판에서 도시 공동체의 전형을 만들어 나갔다. 물론 2006년을 끝으로 빈집 점거운동은 사라졌다. (즉 ‘강제 철거’되었다.) 그러나 그들의 삶의 문화가 곳곳에 이어지는 곳이 크로이츠베엌이다.
베를린 크로이츠베엌에 대한 소개는, 오늘은 여기 까지만. (정말로 소개할 것이 많은 지역, 멋스러운 지역-특히 예술가들에게-이지만 다음 기회에…)
이 크로이츠베엌에는 대표적인 ‘거리’들이 많다. 터키 야채가게가 많은 거리, 데모 많이 하는 거리, 술집이 많은 거리 등등등. 그 중 ‘먹거리 거리(?)’도 몇 되는데, 첫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거리는 Bergmann strasse다. (‘여기’를 클릭하면 Google 지도를 볼 수 있다.)
인도 식당, 프랑스 식당, 이태리 식당, 터키 식당, 베트남 식당, 일 식당, 오스트리아 식당, 태국 식당, 그리고 멋진 커피집, 맥주집까지… 약 150미터도 안되는 거리 양 옆에 이렇게 세계 대표 선수들이 나열해 있어 맛집을 찾아 이 거리 저 거리 방황하지 않을 수 있어 좋다. 물론 Bergmannstrasse에 도착하는 순간, 무엇을 먹어야 하나라는 ‘선택의 괴로움’에서 해방된 적은 없다. 그만큼 모든 식당들의 음식들이 골고루 맛있다. (예외: 프랑스 식당은 가격 때문에 가보지 못했다. 물론 15유로면 요리 하나를 주문할 수 있다고 하니, 여느 프랑스 식당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라 다음에 꼭 한번 시식해볼 계획이다.)

이 식당들 중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곳은 ‘Pagode’라는 태국식당(분식점!)이다. 가격 대비 맛도 대단하고, 주문하면 음식 나오는 속도가 결코 한국의 식당들에 뒤지지 않는다. 내가 즐겨 먹는 요리는, 6유로 50하는 볶은 쌀국수(Guaitiew Pat)다. 1유로를 더 지불하고 Extra Noodle을 함께 주문하면 한국식 ‘곱빼기’되겠다. 음료는 따로 주문하지 않아도 된다. 1층(땅층)의 어수선한 분식집 분위기가 싫다면, 이와는 180도 다른 지하 공간을 추천하고 싶다. 작지만 아득한 카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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