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 24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이 녹색당는 8년간 독일 연방정부에 참여한 이른바 '여당'의 경험을 뒤로하고 있다. '환경 보호'는 좌우를 불문하고 독일 사회를 '통합하는 의제'가 된지 오래다. 독일 환경 산업은 제2의 '라인강의 기적'이라 평가받는 수준에 이르렀고, 독일의 제1 산업인 자동차 산업을 2020년에는 경제규모면에서 추월하게 된다는 예측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보수 기민당 '앙겔라 메어켈' 총리는, 자신의 과거 '환경부 장관' 경력을 앞세워 '환경 문제'를 총리실 직속으로 다루면서 현 사민당 환경부 장관과 '인기 몰이 경쟁'에 한창이다. 이쯤되면 독일 녹색당의 존재 이유자체가 불분명해지는 것 아닐까?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다루겠다.) (독일에서 출세(?)하려면 '환경'이라는 단어가 '이력서'에 들어가야 할 것 같은 불길한 느낌마저 든다.)
개인적으로 평가하는 1983년 '녹색당의 독일 연방의회 입성식'의 핵심은, 삶의 진솔한 단면을 드러내던 그들의 의상/복장도 아니요, 그들이 고이 들고 온 화분들도 아니다. '단일 의제 -환경보호-로도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그들의 당찼던 주장이, 하지만 대다수 기성 정치인들과 언론의 조롱을 받아야 했던 그들의 정치 실험이 값지고 값지다. 민주주의에서는 어떤 '빈 공간'도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그들은 지난 24년간의 역사에서 보여주었던 것이다.

여기서 독일 녹색당 이야기는 그만하자 - 아니 다음으로 미루자. 사실 녹색당의 의회 진출 역사를 길게 늘어 놓은 이유는. 최근 독일에서 '단일 의제'로 정당을 만든 또 다른 정치 운동을 목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확히 어떻게 번역해야 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직역하면 '해적당 Piratenpartei'이다. 한국 사회에도 오래전 부터 있었던 인터넷 정보 민주화 운동 단체들과 유사하다. 이들이 2006년 1월 스웨덴을 시작으로 유럽 각국에서 정치세력화하기 시작했다. 유럽 각 정부의 '반테러 법', '테러 억제 법'의 핵심인 '국가의 인터넷 감시 체계'를 반대하는 운동에서 시작해서 아예 의회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정보 공유'-국가의 정보 포함-와 '저작권 철폐' 또한 주요한 요구사항이다.
'해적당'에 대한 여론은 싸늘하다. 조롱은 커녕 관심 조차 없다. 그러나 이들의 '단일 의제'가 어떻게 새로운 독일 정치사를 써나갈 수 있을지 나로서는 사뭇 기대가 된다.
Posted by 강정수 @np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