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뉴스산업의 위기:

미국발 금융위기가 경제위기를 거쳐 독일 뉴스미디어 산업의 위기로 이이지고 있다
독일 최대 지역신문기업 WAZ (관련글 보기). 유럽 8개국에 걸쳐 38개 신문, 112개의 잡지, 109개의 벼룩시장신문을 발행하고 있다. 지난 10월 말 '경영위기'를 선포하고, 연간 예산 중 약 3천만 유로를 삭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후속조치로 기업 소유의 한 지역신문 (WAZ기업의 모태가 되었던 동일한 이름의 WAZ신문) 기자 총 900명 중 300명을 해고 조치했다. 11월부터 신문지면도 48면에서 32면으로 축소 발행되고 있다.

다음은 G+J. 베텔스만(Bertelsmann)소유의 유럽최대 출판기업이다. 세계 25개국에 약 500여개의 잡지를 발행하고 있다 (GEO, Stern이 대표잡지다). 역시 지난 10월 말, 독일 3개 도시에서 분산 발행되었던 3개의 경제주간/월간지들의 편집실을 한 곳으로 통폐합하면서 약 150명의 기자를 전격해고했다. 과거 약 210명의 기자들이 만들던 3개의 경제지를, 이제는 약 60명이 새로운 최첨단 '통합 뉴스룸'에서 제작한다고 한다.

다음은 독일최대 전국 일간지 '쥐트 도이체 차이퉁 (Süddeutsche Zeitung)'. 연간 예산 총 7300만 유로 중 1500만 유로를 삭감하기로 결정한다. 그래도 진보적 색채의 신문이라고 해고는 하지 않고 기자들의 '명예퇴직'을 유도한다고 한다.

이 밖에도 독일 신문사, 잡지사들 대부분이 예외없이 예산삭감, 즉 직원해고에 들어갔다.

그럼 여기서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지적해 보자. 신문사 및 잡지사로 대변되는 독일 미디어기업들 중 올해 적자가 예상되는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다만 현재의 상황 - 줄어드는 판매부수, 경제위기에 따른 광고 수입의 절감 - 에서 내년 2009년에는 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에 연간 예산 삭감을 통해, 기자들을 미리미리 해고해서 '적자'를 피해 보겠다는 거다. 

뉴스미디어 산업의 위기는 '자연재해'가 아니다
위의 관련 기업들의 경영진들은 언론과 방송에 인터뷰를 자청하면서 '예산삭감과 이에 따른 인력감축'은 어쩔수 없는 조치라고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있다. '경제위기'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고 회사가 문닫는 것을 막기 위한 고통스러운 결정이었다고 이해를 구한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높은 파고가 쓰나미처럼 이번에는 대서양을 건너 자신들을 덮친 것 처럼 이야기한다. 자연재해처럼 어쩔 수 없다고. 내부 책임자는 없다고. 여론도 이에 수긍하는 모양세다. 뭐 여론이라고 말하니 우습다. 일부 블로거와 극히 소수의 신문(예: TAZ)에서만 이에 대한 비판이 있을 뿐, 독일 언론/기자 모두가 암묵적으로 자신들의 경영진 '비판'을 삼가고 있다.

G+J 사장은 한술 더 떠, '언론의 공공성'을 인정해 자동차 산업처럼 정부가 나서 미디어 산업 지원정책을 전개하라고 주문한다. 예를 들어 '신문과 잡지'의 '부가가치세 철폐'를 요구한다. 그렇게 되면 판매 액면가격은 변동이 없으면서 미디어 기업들은 그 만큼 매출과 수익이 증가하는 효과를 얻게된다. 현재 독일에서 부가가치세 비율을 19%, 그러나 일찌감치 언론의 공공성을 인정받아 7%의 부가가치세만 부여되고 있다. 이 7%를 난민 구제기금처럼 자신들에게 달라는 얘기다.

동일한 역사가 두번 반복될까?
지난 2002년 북미 및 유럽 신문/잡지/출판 산업은 역사상 처음으로(!!!) '경영 위기'를 겪었다. 닷컴 버블이 붕괴되면서 경제침체가 이어졌고 이것이 '광고수익 감소'로 이어졌다. 이 때 - 2002년과 2003년 - 적자를 기록한 많은 신문/잡지사들이 통합/합병되면서 굴직한 미디어 기업들이 출현했다 (관련글 보기). 즉 '1차 위기'는 몇몇 미디어 기업들에게는 규모를 키우는 '기회'가 되었다. 또한 당시 위기는, 위기 이전에 일치감치 기획/연구해 두었던 '구조조정' 즉 '인력감축'을 집행할 수 있게하는 든든한 사회적 환경/여론을 조성해 주었다. 이 때 '위기의 단맛'을 맛본 경영진들이 2008년 현재 상황을 다시 즐기려 하고 있다. 이들은 신문산업이 '사양산업'임을 인식하지 하고, '과거의 두자리대 수익율'에 대한 단꿈에 빠져 있는 듯 하다.

이번 위기는 전통적 뉴스 매체의 산업구조 위기다!
1차 위기때와는 다른 이번 2차 위기의 구조적 문제점들을 몇가지 살펴보자.

1. 북미/유럽 신문들의 2대 수익원은, 신문/잡지 판매수입와 광고수입이다. 이 두 수입원은 상호 보안관계에 있다. 유료 독자- 특히 정기 구독자 -가 많으면  광고 수익이 증가하고, 광고 수익이 증가하면 뉴스 생산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고, 좋은 뉴스/기사는 다시 독자 증가로 이어지고... 이론적으로 선순환이 가능해 진다. 역으로 생각하면 '악순환'도 가능하다. 기업 광고 수입은 지금처럼 경기변동의 영향을 받는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신문/잡지 광고시장의 규모는 온라인 광고시장의 약 10배 규모다 (미국 통계). 또한 '기업 광고주'들의 신문/잡지 선호도는 쉽게 약해지지 않을 것이다. 즉 일시적 어려움은 있지만 당장 큰 일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유료 독자다. 현재 장기적으로 볼 때 북미/유럽에서 신문/잡지독자가 계속 줄고 있고, 이와 반대되는 경향이 나타날 가능성은 0이다. 이들 국가들의 10대, 20대, 그리고 30대의 뉴스소비 주요 매체는 이미 신문에서 인터넷/웹으로 넘어가고 있다. 

2. 이들 신문/잡지가 빼앗긴 광고시장이 있다. 벼룩시장정보(classifieds) 중계시장이다. 전체 매출에서 평균 약 30% 차지했던 수익원이었다. 방/주택 매매, 인력정보, 중고자동차 매매, 여행상품 등등의 중계시장이 신문에서 인터넷으로 옮겨갔고, 대부분의 신문사들은 뒤늦게 인터넷 중계업에 뛰어들었으나 eBay, Monster, craigslist 등에 빼앗긴 시장을 다시 찾아 올 수 없었다.  

3. 온라인 뉴스시장. 여기서는 수익구조가 아직 문제다. '유료 독자 - 광고'의 선순환 관계가 이곳에서 성립되지 않는다. 지난 2007년 9월 뉴욕타임즈는 'TimesSelect'라는 이름의 '온라인 유료 정기구독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모든 온라인 기사를 '무료화'한 것이다 (참조글).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시사점은, 유료 기사 서비스가 실패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온라인 유료 서비스로 뉴욕타임즈가 연간 벌어들인 돈은 약 1000만 달러 규모였다. 그런데 무료 서비스를 통해 기사에 광고를 달아 광고수익을 올리면 이 1000만 달러보더 연간 수익이 높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에 뉴욕타임즈는 유료 서비스를 중단했다. WSJ.com를 예외로 한다면 온라인 뉴스시장에서는 '유료 독자와 광고'는 상호 보완적 관계가 아닌 대체재의 관계로 볼 수 있다. 이것은 온라인 뉴스시장의 구조적 한계가 될 수 있다. 온라인 광고 시장 규모가 아직 작다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수백년 신문의 역사에 비교하면 온라인 뉴스는 이제 약 10년이라는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온라인 광고 시장의 역사도 마찬가지로 짧다. 즉 성장 가능성은 열려있다. 그리고 온라인 뉴스시장과 해당 광고시장이 성장할 때 까지만 뉴스 미디어 기업들은 종이 신문에서 수익을 뽑아내면 생존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온라인 광고 시장이 성장해도 과거 신문산업의 '번영과 영광'은 기대하기 힘들다. 온라인 뉴스의 생산/유통 비용이 신문에 비해 낮기 때문에 경쟁자들의 시장진입 장벽이 낮아졌다. 온라인 광고시장은 새로운 경쟁자들과 나눠 먹어야 하는 상황이다. 과거 방송과 함께 신문이 누렸던 광고시장의 독점적 지위는 기대할 수 없다.

4. 저널리즘 산업의 일반적인 특징 중 하나가, 투입(input)과 산출(output)의 관계가 여타 산업과 다르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즈가 이라크 바그다드 사무실을 유지하는데 드는 연간 비용이 약 200만 달러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뉴스가 과연 연간 200만 달러 이상의 돈을 뉴욕타임즈에 벌어다 줄 수 있을까? 물론 과거 신문산업 수익구조에서는 가능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온라인 뉴스 시장에서도 장기적으로 볼 때 가능할 수도 있다. 여기서 시사점은, 미래의 순수 온라인 뉴스 생산업체는 단기성 수익을 쫓는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매우 힘들게 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북미와 유럽에서 진행되고 있는 뉴스 미디어 산업의 위기는, 과거 1차 위기와는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관련 기업 경영진들에게 하고 싶은 말. 2004년부터 지금까지 벌어들인 '이익'은 어디에 쓰였는지 궁금하다. 시간적, 재정적 여유가 충분히 있었을 것인데, 자신들 숙제 못한 것을 '경제 위기' 탓으로만 돌리는 그들에게 화가 난다. 해고 반대 시위하는 기자들 대신, 춥고 어두운 길거리에 서있을 자들은 그들 경영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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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정수 @npool

2008/12/04 10:40 2008/12/0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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