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 '온라인 뉴스 유료화 시도를 열렬이 환영한다!'는 실패작이다. 글의 의도는 1) 온라인 뉴스의 유료화 가능성은 여전히 없다는 점과 2) 이른바 '고품격 저널리즘'을 지향하는 자세로 현재의 온라인 뉴스사이트를 개혁하자는 것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글쓰기 솜씨가 부족하여 그렇게 읽히지 않았던 것 같다.

온라인 뉴스의 유료화가 불가능한 것은 여러 관점에서 설명 가능하다. 여기서는 '게임이론'을 기초로 그 불가능성을 설명하고 루퍼트 머독이 어쩌면 속임수를 쓰고 있다는 추측의 근거를 제시해 보겠다.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유료화 전략
경제학의 기초지식에 '죄수의 딜레마'라는 것이 있다 (잘 모르시는 분들은 먼저 '위키'를 참조하시길). 참, 죄수라는 한국어 번역은 잘못 되었다. 죄수라가 보다는 재소자, 용의자 정도가 맞을 듯.

'죄수의 딜레마'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두 명의 용의자 모두 죄를 자백하면 중간 형량을, 두 명 모두 혐의를 부인하면 아주 작은 형량을 받게 된다. 그러나 그 중 한 명만이 죄를 자백하면, 자백한 자는 풀려나고 자백하지 않은 자는 아주 높은 형량을 받게된다. 즉 '배신자'의 이익이 가장 높다.


온라인 뉴스산업은 '유료화 전략'과 관련하여 위의 상황과 비슷한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있다. 뉴스 생산자 및 뉴스사이트 운영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행위는 3가지다.

1. 모든(!) 생산자 및 운영자들이 동시에 '온라인 유료화'를 도입한다. 여기서 이들이 받게되는 중간 형량은 '광고 매출'의 일부 축소다. 하지만 많은 소비자들이 '정기구독' 계약을 체결하거나 뉴스/기사를 낱개로 구입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2. 일부는 유료화를 도입하고, 일부는 현재 상태를 유지한다. 여기서 가장 큰 손해를 입는 쪽은 유료화를 도입한 쪽이다. 사용자들은 급속도로 무료 사이트로 이동할 것이고, 이에 따라 무료 사이트의 광고 수익은 크게 증가할 것이다.

3. 모두 무료 온라인 뉴스사이트를 지금처럼 계속 운영한다.

루퍼트 머독의 유료화 주장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그는 지금 1, 즉 모두 함께 온라인 뉴스를 유료화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2의 '무료 뉴스 공급자'로 남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손해를 가장 크게 보는 쪽은 '유료 뉴스 공급'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지만 결국 대부분의 소비자/독자를 무료 뉴스사이트에 빼앗기는 업체가 될 것이다. 이러한 추측(?)의 근거를 제시해 보겠다.

두 가지 이유에서 1은 불가능하다. 모든 업체들이 1을 결정하는 것은 '시장 담합'으로 명백한 공정거래 위반사항이다. 왜냐하면 그 '결정'은 업체들 사이에 강제성을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 강제성이 없다면 1은 바로 2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1이 불가능한 또 다른 이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 때문이다. 언론의 자유에는 '인용'의 자유가 포함되어 있다. '시장 담합'이 가능하다고 치자. 아니 정부가 이를 슬쩍 눈감아 준다고 가정하자. 그러나 인터넷 한겨레 또는 조선닷컴의 기사 및 칼럼을 신생업체가 '인용'하는 형식으로 보도하는 것은 언제나 가능하다. 상황 2의 무료 뉴스사이트가 누릴 수 있는 이익 때문에 '죄수'는 무한대로 증가한다. 그리고 이렇게 새롭게 등장하는 '죄수'들은 매우 빠른 속도로 1의 상황을 2로 바꿔 놓을 것이다.


영리한 루퍼트 머독이 이 상황을 모를리 없다. 그는 다른 온라인 뉴스 생산자들이 모두 유료화를 선택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라는 멋진 애드벌룬도 하나 띄어 놓았다. 머독이 가지는 업계 영향력도 대단하다. 많은 경영진들이 이미 동의를 표하고 있다. 다음 수순은, 언론사 마다 유료화 준비팀을 구성하고 뉴스사이트 개편작업에 들어가고, 대대적인 광고를 통해 정기독자를 모집하고... 이 때 머독은 '간수'를 찾아가 이야기할 것이다. '자백할께요, 저 풀어주세요'라고 말이다.

한국 온라인 뉴스업계 종사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그냥 3에 만족하세요, 그리고 3의 상황에서 이른바 '고품격 저널리즘'을 만들어 보세요다.

'머독'은 여우(FOX)랍니다. 속지마세용~


- 참조: 유료 온라인 뉴스, 불가능하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강정수 @npool

2009/08/20 01:24 2009/08/20 01:24
Response
3 Trackbacks , 6 Comments
RSS :
http://www.berlinlog.com/rss/response/165

Trackback URL : http://www.berlinlog.com/trackback/165

Trackbacks List

  1. 미디어 재벌의 고민, 온라인 뉴스 유료화 선언

    Tracked from 킬크로그 2009/08/20 08:40 Delete

    인터넷 뉴스가 공짜일까? 이런 질문부터 해본다면 현재 인터넷에 제공되는 뉴스들은 모두 유료다. 뉴스사이트를 방문하는 소비자들이 직접적으로 돈을 지불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뉴스와 함께 제공하는 광고를 보기때문에 엄밀하게 말해 인터넷 뉴스는 공짜가 아니다. 인터넷 뉴스가 아직도 웹사이트를 통해 공급되는 것은 트래픽이라는 돈을 만들 수 있는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트래픽의 대부분은 온라인광고를 소비하는 형태다. 흔히 신문형태로 나오는..

  2. 민노씨의 생각

    Tracked from minoci's me2DAY 2009/08/21 11:37 Delete

    초강추… 연재1. 온라인뉴스 유료화 환영한다! http://bit.ly/Q8QCi (농담이고) 실은 연재2. 속임수다! http://bit.ly/hFkPl (실은) 유료 온라인 뉴스, 불가능하다 http://bit.ly/PPHlb (이상 강정수)

  3. 뒤태 전문기자의 전문성 : 지금 우리에게 뉴스란 무엇인가?

    Tracked from 민노씨.네 2009/08/24 20:34 Delete

    연재1. 온라인 뉴스 유료화 시도를 열렬이 환영한다! (강정수, 2009/08/18) http://npool.ktpage.net/entry/WelcomeToPaidContent연재2. 루퍼트 머독은 여우다: 온라인 뉴스 유료화 전략은 그의 속임수다! (강정수, 2009/08/19) http://npool.ktpage.net/entry/WelcomeToPaidContent2참조. 온라인 저널리즘의 길을 묻다 4: 유료 온라인 뉴스, 불가능하다 (강정...

Comments List

  1. 이상헌 2009/08/20 09:01 # M/D Reply Permalink

    "유료화 해도 손해, 안 해도 손해다, 어차피 그럴 바에는 새로운 방식인 유료화를 시도해 보겠다."는 심정으로 '알면서도 속는' 언론사도 등장할 것 같습니다. '고품격 저널리즘'으로 현재 잘나가고 있는 사례가 있으면, 따라라도 하겠는데, 3번 역시 쉽지 않은 것 같네요. 여기에 4번을 추가해서, 저널리즘을 포기하고 사업을 다각화한다도 넣어야할지도...

  2. 민노씨 2009/08/21 04:38 # M/D Reply Permalink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 )
    죄수의 딜레마(용의자의 딜레마)는 분석/전망을 위한 대단히 적절한 틀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사정을 좀더 살펴보면 고전적인 저널리즘 컨텐츠의 매력이 새로운 (이른바, 이런 표현은 별로지만) '고급독자'를 끌어들 수 있을까라는 점에서 회의를 갖게 됩니다. 일단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딱딱한 컨텐츠'에 대해 대단히 저항감 내지는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고, 또 앞서 말한 '고급독자'(고전적인 인문학적 세례를 받은 세대)는 점점더 줄어들 것 같아요.

    이런 와중에 연성화되고, 자극적이며, 휘발적인 연예인 옆구리 이슈들, 또 대단히 공적인 이슈지만, 대개는 당파적 성격에 따라 예상 가능한 칼럼과 기사들 사이에서 언론사별 변별력, 매체적 매력의 차이가 과연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렇다고 대단한 스타 칼럼니스트들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가령 프레시안과 같은 그나마 가장 깊이있는 분석기사들을 꾸준히 생산하는 매체는 굉장히 심각한 경영란을 겪어 있고 말이죠(물론 다른 언론사들 역시 사정은 유사하겠습니다만).

    이런 한국적 상황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어디에서 풀어야 할지가 좀처럼 가늠되지 않습니다. 저로선 블로그와의 연계모델을 '형식적인' 수준이 아닌, 실질적인 수준에서 시도해보고, 자발적인 후원모델(소액결제 후원모델)의 기술적인 장치/제도적인 장치들이 보완된다면 그나마 한국적인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한편으론 이건 너무 이상적인, 혹은 순진한 생각이 아닐까 싶은 마음도 들고 말이죠.

    정수씨께서 이와 관련한 사유의 지평을 좀더 펼쳐주시길 기대해봅니다.

    1. 강정수 2009/08/22 21:02 # M/D Permalink

      산업 일반과 개별 행위자 (예: 프레시안, 또는 이후 나타날 대안 온라인 언론)의 수익모델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발적 후원모델도 일반적인 기부금, (자신이 알고 싶은 )기사 청탁 및 후원 등 여러 형태로 세분할 수 있고, 성공 가능성도 있다고 봐요. 그런데 오마이뉴스 후원금, 프레시안 후원금, 이후에는 언론 및 블로그 모두가 후원금으로 운용된다.... 이건 또한 불가능한 시나리오겠죠.

      한국은 옳게 지적하신 것 처럼, 수익모델의 부재보다는 '언론의 질'이 문제입니다. 단순히 수준이 떨어진다 뭐 이런 문제라기 보다는, '독자규모'를 확대하여, 즉 '시장규모'를 키울 수 있는 저력있고 매력적인 뉴스/기사/블로그 생산주체 층이 매우 얇은거죠....

      저도 상황 분석은 이쯤되었다 싶어 새로운 돌파구는 무엇일까 이것 저것 고민하고 있습니다.

  3. 민노씨 2009/08/21 04:40 # M/D Reply Permalink

    추.
    아참. 저처럼 좀 이해도가 떨어지는 독자들을 위해 대신 질문해보면...
    머독이 찾아가는 '간수'는 구체적으로 누군가요?
    비유적으로 쓰셔서 대충은 감이 오지만, 구체적으론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 정확히 감이 오지 않습니다.

    1. 강정수 2009/08/22 21:08 # M/D Permalink

      여기서 '간수'는 독자/소비자가 될 것 같습니다.

      이미 미국의 400여개 뉴스사이트들이 '저널리즘 온라인'이라는 연합체를 결성에 유료화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고 하죠. '유료화'를 먼저 시도하려는 경쟁이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독자/소비자들에게 '유료화'를 선언하면 이것이 아니다 싶어도 당장 전략 수정은 불가능하겠죠. 약 1년 정도는 유료화를 계속해야겠죠. 이런 흐름을 머독은 관망하면서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료화를 진행하는데 기술적 어려움이 발생하여 늦어지고 있다고 핑계를 대면서 말이죠.

  4. 민노씨 2009/08/24 20:36 # M/D Reply Permalink

    트랙백이 이상하게 튕기네요.
    손트랙백으로 겁니다. : )

    * 뒤태 전문기자의 전문성 : 지금 우리에게 뉴스란 무엇인가?
    http://minoci.net/941

Leave a comment
« Previous : 1 : ... 53 : 54 : 55 : 56 : 57 : 58 : 59 : 60 : 61 : ... 205 : Next »

블로그 이미지

- 강정수 @npool

Archives

Calendar

«   2010/09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Site Stats

Total hits:
179444
Today:
189
Yesterday:
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