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개별 시장(market)은 무수한 '관계'의 산물이다. 온라인 뉴스시장에도 생산자, 소비자 등 각 행위주체(player) 사이의 다양한 관계가 존재한다.
온라인 뉴스시장과 신문 시장의 행위주체들은 매우 유사하다. 그러나 그들이 형성하는 관계는 질적으로 다르고, 때문에 이 두 개는 서로 다른 시장이다. 그런데 이 두 개의 시장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존재한다. 특히 경영진 및 편집진 등 신문 제작(책임)자들은 자연스럽게 자신들을 '뉴스 생산전문가'로 간주한다. 이 전문가들이 온라인 뉴스시장에 뛰어들면서, 신문 시장의 '관계'가 온라인 뉴스시장에도 그대로 통할 것이라 믿었다, 아니 절대 다수는 아직도 우직하게 믿고 있다. 물론 이러한 '논리 함정'에 빠진 것은 신문 제작진 만의 잘못은 아니다. 온라인 뉴스시장의 구조 자체가 이러한 '착각'을 유도하고 있다.
두 개의 서로 다른 시장에서 유사한 행위 주체들이 맺는 '관계의 다름'을 인정할 때, 각 온라인 뉴스 생산자들은 '온리인 뉴스시장 전략'에 대한 고민을 비로소 시작할 수 있다.
온라인 뉴스시장의 다양한 관계는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ㄱ. 생산자(통신사, 편집자, 기자 등), 중계자 및 소비자 사이의 수직적 관계, 생산자간의 경쟁 관계 (수평적 관계), 타 분야 생산자(예: 네이버)가 온라인 뉴스시장에 들어오면서 생기는 경쟁 관계 (대각선 관계) 등으로 첫 번째 영역을 구분할 수 있다.
ㄴ. 광고계(광고주, 광고제작자, 광고효과 통계 및 분석 업체 등)와 생산자 그리고 소비자의 관계가 두 번째 영역이다.
ㄷ. 신문방송학과(?) 재학생 및 졸업생, 언론 고시(?!) 준비생, 언론 고시를 통해 입사한 기자, 자유 기고가, 시민기자, 블로거, 취재원 등의 관계가 세 번째 영역이다.
두 번째 관계 영역은 '변화를 위한 네 번째 테제'에서, 세 번째 영역은 '다섯 번째 테제'에서 살펴 볼 계획이다. 이 글에서는 첫 번째 관계 영역을 분석하겠다.
1. 수직 및 수평적 관계
경영학에 '생산의 깊이(production intensity)'라는 개념이 있다. 현대자동차를 예로 들면, 하나의 '완성차'를 만들 때 현대자동차가 직접 제작하는 비율, 즉 생산의 깊이는 아마 60%를 넘지 않을 것이다. 철이나 알루미늄 등 원자재는 '포스코(POSCO)' 등에서 공급 받을 것이고, ABS(Antilock Braking System)는 외부 전문업체에서 공급 받을 것이다. 이들 외부 업체들과 현대자동차는 이른바 '협력 관계'를 형성한다. 그리고 외국 시장 판매를 위해 '직영 대리점'도 운영하지만, 외부 '자동차 딜러' 등 중계업자와도 '협력 관계'를 형성한다. 이렇게 하나의 상품이 생산되어 소비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관계를 '수직적 관계'라 칭한다. 현대 시장경제에서 '생산의 깊이'가 100%인 경우는 드물다. 때문에 '수직적 관계'에서 큰 갈등이 없어야, 소비자는 상품을 소비할 수 있고, 이 때 비로소 해당 '시장'은 존재한다. 그러나 '수직'이라는 단어가 간접적으로 말하듯, 이 관계에서는 작지 않은 경우 '협력'이라는 미명아래 '억압적 관계'가 형성되기도 한다.
반면, 소비자에게 유사 상품을 판매하는 생산자들은 서로 '경쟁 관계'를 형성하며, 이 경쟁 관계를 수평적 관계라 칭한다.
그런데 어느 날 '포스코'가 '완성차'를 만들어 판매한다고 가정해 보자. 즉 현대자동차와 수직적 관계에 있던 행위주체가 어느 날 수평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동일한 단일 시장'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안정적인 수직적 관계가 각 행위주체들에게 더 큰 이윤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사해 보이지만 동일하지 않은 두 개의 서로 다른 시장에서 이러한 '관계 변화'는 가능하다. 바로 '온라인 뉴스시장'과 '신문 시장'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난다.
2. 연합통신과 네이버/구글
2.1. 연합통신은 온라인 뉴스사이트를 직접 운영하거나, 네이버 및 다음 등에 뉴스를 공급하면서, 신문시장에서는 수직적 관계를 형성했던 언론사들과 온라인 뉴스시장에서는 수평적 관계를 형성한다. AP통신도 AP 야후 뉴스나 iPhone 'AP 뉴스 서비스' 등을 통해 온라인 뉴스 소비자와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2.2. 네이버 뉴스에 뉴스/기사를 공급 및 판매하는 언론사들은 네이버와 수직적 관계를 맺은 것이다. 네이버와 이른바 '뉴스/기사 납품 계약'을 체결하는 순간, 온라인 뉴스의 소비자와 생산자 관계는 '네이버 뉴스'와 '네이버 뉴스 소비자'로 정리된다. 소비자 입장에서 네이버 뉴스의 출처는 부차적인 문제다.
2.3. 아웃링크에 기초한 '네이버 뉴스캐스트'와 구글뉴스는 온라인 뉴스시장의 (강력한) '중계업자'들이다. 각 뉴스사이트 또는 이를 운영하는 언론사와 네이버 뉴스캐스트 사이에는 또 다른 수직적 관계가 형성된다. 그러나 이 수직적 관계와 2.2.의 수직적 관계는 그 성격이 다르다. 2.2.에서는 쉽게 표현하면 '돈 관계'가 명확하다. '계약서'에 기초해 '돈 흐름'이 형성된다. '계약 내용'은 각 계약 주체 사이의 '힘의 관계'를 반영하기에, 원칙적으로 계약 당사자들 스스로가 그 관계를 조정할 수 있다. 다만 네이버가 자신의 '시장지배력(essencial facility)'을 이용해 시장질서를 교란할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이와는 달리 2.3에서는 일반적인 '시장'에 존재하는 '돈 관계'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뉴스사이트를 운영하는 언론사 입장에서 보면, 네이버 뉴스캐스트와 구글뉴스는 '남의 물건 가지고 (광고)장사하는 도둑'이다. 그러나 반대편 처지에서 보면, 온라인 뉴스 중계자들은 각 뉴스사이트에 엄청난 규모의 '사용자 유입'이라는 '선물'을 주고 있다 (최근 구글 부사장 Drummond는 프랑스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구글이 전세계 뉴스사이트에 무상으로 가져다 주는 '사용자 유입'의 가치는 매년 약 60억 달러에 이른다고 주장-산출근거는 알 길 없지만...-하고 있다). 이렇게 2.3.의 수직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긴장과 갈등은 쉽게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요약하면, 뉴스사이트와 통신사 사이에는 수평적 관계가 형성되었고 뉴스사이트와 네이버 등 새로운 중계자 사이에는 두가지 서로 다른 수직적 관계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논리적 배경에서 세 번째 테제를 도출해 보았다.
3. 연합통신과 작별하자: 가장 잘할 수 있는 것 이외에는 '링크'를 걸자!
수평적 관계, 즉 경쟁 관계를 맺고 있는 업체-예: 연합통신-의 뉴스/기사를 '돈 주고' 구입해서 뉴스사이트에서 보여줄 이유가 없다. '묶음 상품'인 '신문'에서는 '빈 공간'을 메워 줄 통신사 기사가 꼭 필요하다. '신문'에 '어디를 참조하시요'라며 '기사 제목'만 실을 수는 없지 않은가? 온라인 뉴스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어차피 소비자는 온라인 뉴스를 '다중 소비(Multi-Homing)' (참조글)한다. 뉴스사이트 편집자는 "내가 모든 것을 다 보여주겠다"는 '포털 사이트의 욕망'을 버려야 한다. 굳이 이 욕망을 이루기 원한다면, 뉴욕타임즈의 EXTRA처럼 외부 뉴스/기사를 아웃링크 형식으로 소개하면 된다. 혹 남아 있는 힘이 있다면 '자신의 뉴스/기사'를 좀 더 부각시키는 일에 쓰길 바란다. Jeff Jarvis는 이를 "Cover what you do best. Link to the rest."라는 말로 표현한다 (그의 '링크 경제 link economy' 관련 글 1과 2도 추천).
지금은 신문시장에서 이른바 '조직적 퇴각-다른 식으로 표현하면 'Divestment'-을 심각하게 고려해야하는 시점이다. 물론 하루아침에 '퇴각'할 수도 없고, 할 필요도 없다. 다만 이와 관련된 '중, 단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일과 온라인 뉴스사이트 혁신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
- 앞으로 이어질 글들 -
4. 보다 적극적으로 광고계와 대화하자
5. 이중 시스템 (Dual System): 이중 플랫폼 + 이중 라이센스 + 양방향 유료화
근데 네이버의 뉴스캐스트 이후 신문사닷컴이 포털에서 트래픽을 가져오기 위해 갖은 낚시성 기사를 양산하고, 자체 신문기사가 출고되지 않는 대낮에는 트래픽을 끌어오기 위해 자사 사이트 내의 연합뉴스 기사로 링크하는 상황이라 과연 연합뉴스를 포기할 회사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ㅠㅠ
각 뉴스사이트가 트래픽 중독에 빠져드는 원인을 제거하지 않는다면 연합뉴스와의 결별은 불가능하겠죠.
그런데 트래픽 중독에 빠지는 원인은 여러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트래픽'이 온라인 뉴스에 대한 적절한 '가치평가 수단'인지 따져봐야하고, 아니라면 대체 수단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각 뉴스사이트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고 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하여 '트래픽 중독' 책임은 1. 온라인 저널리즘의 가치평가를 트래픽으로 이해한 뉴스사이트 운영주체, 2. 트래픽을 유일한 '광고효과' 측정수단으로 삼아, 즉 아무런 성찰없이, 트래픽 증가를 주문한 '(온라인)광고 기획사' 또는 '광고주', 3. 대안통계에 대한 고민없이 트래픽 통계발표를 통해 '순위경쟁'을 부채질한 코리아클릭 등 웹사이트 통계기관들, 4. 온라인 (뉴스)시장의 혼란을 수수방관한 정부. 전 이 네개 주체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뉴스사이트' 운영자(언론사)만의 책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