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시간을 들여 논쟁 지점을 정리하려는 이유 중 하나는, 영미권 논쟁들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않기 때문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싸움의 한쪽 입장을 빌려와 개별 신문사-신문산업 전체가 아니라-에 대한 지원책을 이끌어내려는 시도 또는 네이버나 다음에 대한 일방적 규제를 강요하려는 시도들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1. 신문의 위기, 구글의 '도둑질'과 소비자의 '공짜 심리' 때문인가?
2. 구글과 미국신문협회의 대립전선: '공정이용 fair use'냐 '도둑질'이냐
이른바 미디어 황제라는 머독(Murdoch)의 말을 들어보자.
Should we be allowing Google to steal our copyrights? If you have a brand like the New York Times or the Wall Street Journal, you don't have to. 구글이 우리의 저작권을 계속 훔쳐가도록 가만두어야 하나? 당신이 만약 뉴욕타임즈나 WSJ 같은 언론사를 소유하고 있다면 결코 가만있지 않을것이다 (출처보기)WSJ의 편집장 Robert Thomson의 이야기도 들어보자.
There is a collective consciousness among content creators that they are bearing the costs and that others are reaping some of the revenues. 언론사들은 콘텐츠 생산 비용을 떠맡고 있다. 그런데 다른 이들이 그 이윤의 일부를 (슬쩍) 거둬가고 있다 (출처보기).여기서 다른 이들(others)은 Google News를 말한다. Thomson 편집장은 감정적으로 한 발짝 더 나간다. 그는 구글 뉴스를 인터넷의 "tapeworms(기생충)"이라 칭하고 있다. 그가 누군가? WSJ의 편집장이다. 결코 단순하게 내뱉은 말이 아니다.
영국 The Observer의 칼럼리스트 Henry Porter는 "Google is just an amoral menance 구글은 이제 비도덕적인 위협이다"라는 글에서 구글을 "인터넷 해적", "위험한 WWM (World Wide Monopoly)"라고 비판하고 있다.
AP 통신사 대표 Dean Singleton은 이번 미국신문협회 총회에서 구글 뉴스를 비롯한 온라인 뉴스 매개/중계자 (online news aggregators)의 불법적인(?) 콘텐츠 사용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전의를 불태웠다.
We can no longer stand by and watch others walk off with our work under some very misguided, unfounded legal theories. We are mad as hell, and we are not going to take it anymore. 우리는 더 이상 방관만 할 수 없다. 우리는 다른 이들 -구글 뉴스 등-이 저작권 법을 잘못 해석하고 이를 통해 우리의 성과물에서 이익을 취하는 것을 더 이상 지켜만 볼 수 없다. (다같이 일어나 창문을 열고 외치자!) 우린 정말 미치도록 화가났다!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다!-이 마지막 구문은 매우 유명한 영화대사다- (출처보기)이쯤되면 구글과 신문사들의 갈등 수위가 '전쟁 직전'까지 이른 것이다. 여기서 논쟁지점은 하나다!
구글 뉴스가 '아웃링크'에 기반하여 온라인 뉴스-제목+한 두 문장의 요약문+출처-를 소비자들이 사용하게끔 도와주는 서비스가 영미법 체계에서 보장되는 공정 이용 (fair use)의 범위 내인가 밖인가이다.
당연히 Singleton은 구글의 뉴스 서비스가 '공정 이용'의 범위를 넘어서는 행위라는 입장이다 (그의 근거는 여기를 참조). 구글은 반대로 자사의 뉴스 서비스는 '공정 이용'이며 '소비자들의 편의/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강변한다. 구글은 각 신문사가 자사의 온라인 뉴스가 이렇게 '공정 이용'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스스로 '뉴스 링크'를 차단할 수 있다고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아래의 구글 대표의 연설 동영상 참조). 이렇게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구글 대표는 지난 미국신문협회(NAA) 총회에서 과감하게 그리고 차분하게 연설을 한다. 적진 한 가운데에서 말이다.
3. 구글 대표 Eric Schmidt의 NAA 연설과 질의응답: 구글의 한판 승!
Schmidt의 NAA 총회 연설과 질의응답 동영상을 보자. 매우 긴 동영상이다. Schmidt의 연설을 애써 모두 들을 필요는 없다. 다만 기술혁신과 이 기술혁신이 가져다줄 뉴스 유통의 변화라는 '일반론'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시간을 내서 그의 연설을 들어보면 좋을 듯 하다.
그의 연설과 질의응답을 간단히 평가해보겠다.
3.1. 적진(?) 한가운데서 Schmidt 대표는 지나칠 정도로 차분하다 (원래 차분한 성격인 것 같다). 그는 구글이 신문사의 '적'이 아님을 강변하고 있다. 그는 (미래) 기술혁신에 신문사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해야할지를 알고있는 것 처럼 말하지 않는다. '소비자 이익'을 강조할 뿐이다. 구글은 '소비자 편'이라는 것, 즉 구글의 논리적 무기가 무엇인지 명확히 하고 있다. 명장이다. 한편으로 적(?)의 격한 감정을 다독거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무기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있다.
3.2. 37분 정도 그의 기조연설은 끝나고, 질의응답이 시작된다. 여기서부터 미국 신문사 경영진들의 안타까운 애원(?)이 시작된다. "micropayment나 정기구독 모델의 가능성"을 Schmidt가 어떻게 평가하는지 묻는 질문 등이 이어진다. 이러한 일렬의 질문들에서 개인적으로 느낀 것은 신문사 경영진들은 과거에 집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종이신문의 비즈니스 모델이 웹/인터넷에서도 계속 통용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고, 이를 웹/인터넷을 잘 알고 있는 구글 대표가 동의해 주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Schmidt는 이에 동의하지 않고 "광고모델"이 해결책이다라고 답한다.
3.3. 신문사 경영진들은 웹/인터넷 환경에서 뉴스/언론의 시장 메커니즘이 무엇인지 나름의 입장을 가지고 있었어야 했다. 그리고 그 입장에서 광고모델로도 '생산비용'이 전혀 회수되고 있지 못함을, '소비자 이익'을 위해서 이대로는 안된다는 것을, '공생의 길'을 찾자라고 Schmidt에게 주장했어야 옳다. 온라인 뉴스가 살아남기 위한 자신들의 혁신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구글이 이를 위해 협력할 것을 주장했어야 했다.
4. 방어전략으로는 신문사 살아남을 수 없다: 시장의 변화를 읽어야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선입견이 있다. 기자들은 일반적으로 자신들을 '자유로운 영혼의 미술가'쯤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돈 문제'는 자신들의 과제가 아니고 회사 경영진-갤러리스트-의 일로 치부한다. 자신들의 노력으로 탄생시킨 뉴스/기사를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이용/사용하는 구글이 밉고 소비자들이 싫을 뿐이다. 미국 신문사 경연진이 고작 생각해 낸 것은 유료 온라인 뉴스 프로젝트인 ''Journalism Online"이다.
시장(성격)이 변했다. 서울에만 살았던 사람들은 이해 못할 수도 있다. 그런데 경남 진주나 강원 삼척에 살았던 사람들이 과거 '구입'할 수 있었던 신문의 종류가 몇개 정도될까? 지역 신문 1-2개, 그리고 전국신문 조선, 중앙, 동아, 한국 정도일 것이다. 제품 비교도 쉽지 않다. (무가지 배포를 제외한다면) 일단 구입을 해서 읽어봐야 한다. 그러다보니 일반 소비자는 동시에 2-3개 신문을 구입하지 않는다. 즉 시간이 경과하면서 1개의 신문만을 소비하게 된다. 그런데 인터넷은 1. 시장의 '지역성'이 사라지게 하고, 2. 소비자가 추가비용 없이 다수의 신문사들이 만들어낸 다수의 뉴스/기사를 '동시'에 비교할 수 있게 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제품 비교'가 시장에서 무서운 결과를 낳는다는 점이다. 특히 '비교 비용'이 0에 가까울 경우 '제품의 차별성'은 급격히 줄어들게 되고 '차별성' 없는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지불의사'는 급감하게 된다.
이렇게 시장이 변하면, 과거 작동했던 게임의 규칙이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이고 뉴스/기사의 새로운 생산 및 소비전략을 짜는 것은 언론 종사자 모두의 과제이다. 새로운 시장에 맞춰 새로운 전략을 짜고 차별화된 뉴스/기사 또는 정보서비스를 제공해도 구글과 같은 매개/중계자가 계속 문제인가? 그럼 공적 규제/조정의 목표-소비자 이익 증대와 생산 동기 부여 등-를 공론화하고 '공생의 길'을 찾기위해 노력해야 한다.
뉴스 소비자를 파렴치범이라 하고, 낡은 저작권법(Copy-!!!-right)으로 검색 서비스업체를 몰아세우는 방법으로는, 즉 '방어적 전략'으로는 종이신문사들이 웹/인터넷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닫힌 창문을 열고 소비자들에게 크게 소리쳐야 한다. '지금/현재'의 언론/신문사가 생산하는 뉴스/기사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 뉴스/기사가 소비자 개인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도 얼마나 값진지 외쳐야 한다.
Posted by 강정수 @np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