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미국 신문산업, 나아가 미국 저널리즘의 위기 분석과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담은 훌륭한 글 하나가 최근 The Nation에 발표되었다.
글의 제목은 The Death and Life of Great American Newspapers다.
두명의 저명한 저자- John Nichols와 Robert W. McChesney-에 의해 쓰여진 글로서, 개인적으로 평가할 때 최근 읽은 글 중에 단연 최고의 글이다. 1. 저자들의 높은 내공을 엿볼 수 있고, 2. 현재 미국 신문산업 및 저널리즘이 겪고 있는 위기를 이보다 깔끔하게 정리한 글을 보지 못했고, 3. 두 저자의 영향력-이들에 의해 설립된 Free Press라는 언론인 네트워크는 특히 미국 민주당에 적지않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을 고려한다면, 이 글은 막 시작된 미국연방하원의 신문위기에 대한 정부정책 논의(하단 참조)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짧지않은 글로서 영어도 그리 간단치 않다(-_-; 누군가 완역을 해 주신다면 너무 고맙겠다). 여기서는 이 글의 요지를 정리해보면서 나름대로 비판적 글읽기를 시도해 보겠다.
‘절망-자기반성-희망’의 변증법(?)
개인적인 선입견인데, 미국 글들 중 다분히 정치적인 글들을-예: 성문종합영어^.^ 또는 오바마의 연설문- 읽을 때면 만나게 되는 ‘절망-자기반성-희망’이라는 ‘3단 논법’이 있다. 위의 글을 예로 들어 보겠다.
끔찍한 신문의 위기가 미국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절망). 이번 위기는 ‘기업’ 및 ‘산업’의 위기라기 보다는 ‘미국 언론 시스템’ 전체의 위기다(절망). 그런데 이 시스템의 붕괴는 일찌감치 1970년때부터 시작되었다. 주범은 ‘단기 이익’을 추구하며 ‘profit center’가 되어버린 ‘기업형 신문’에 기반한 미국 언론 시스템-소유구조- 자체다(자기반성). 70년대부터 시작된 ‘비용절감’의 광풍으로 미국언론은 내용면에서 끔찍한 수준이다(자기반성). 이라크 전쟁을 ‘보도하는 것 자체’를 대단한 것인양 떠벌리고, 잘못된 정보를 사실인양 가르치려들고, 기업의 부정부패에는 둔감하고, 부동산 거품이 커져갈 때 자기들이 더 신나하고, 금융시스템의 불평등에 대한 무비판은 차치하고 이 금융시스템이 붕괴조짐을 보일 때도 좋아라 떠들던 것이 우리 언론종사자들 아닌가? 지금도 봐라, 천문학적 정부지원금이 금융권으로 흘러들어가서 구체적으로 어디에 사용되는지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기사가 없다. 이 천문학적 액수가 장난이냐? 다른 곳에 쓰이면 사람들의 삶과 죽음을 결정지울 수도 있는 액수다(통렬한 자기반성). 이러다 보니 젊은 독자들이 현재의 미국신문에서 뭔 매력을 느끼겠나?
이러한 자기반성으로 부터 해법을 찾는 저자들의 노력이 시작된다(희망).
이러한 3단 논법의 문제는 독자들이 글에 쉽게 ‘감정이입’을 하게된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도 초반부를 읽으면서 가슴이 꽁닥꽁닥 뛰었다. “맞어, 이것이 문제야!”, “역시 역사적 통찰력이 중요해!”하면서 말이다. 저자들의 심후한 내공이 내게도 전달되고 있다는 착각도 잠시 하였다.
그러나 '희망'에 대한 이야기는 바로 '실천 및 행위'- 이글에서는 정책대안 -와 연결되기 때문에 마음을 가라앉힐 필요가 있다.
이 글에 대한 본격적인 ‘거리두기’에 앞서 글의 저자들이 희망을 도출하는 원칙을 먼저 들어보자 (본글의 하단에서 이 인용구를 기초로 간단한 비판을 시도해 보겠다).
We have to come up with solutions that provide us with hard-hitting reporting that monitors people in power, that engages all all our people, not just the classes attractive to advertisers, and that seeks to draw all Americans into public life. Going backward is not an option; nor is it desirable. The old corporate media system choked on its excess. We should not seek to restore or re-create it. We have to move forward to a system that creates a journalism far superior to that of the recent past. 우리가 찾아야하는 해법은 열라 비판적인 기사를 쓰는 것에 있어. 시퍼런 비판의 칼날로 (정치/경제) 권력자들을 감시해야 하는거야. 광고주들이 관심같는 독자들만을 위해 글을 쓰면 안되지. 다양한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글을 써야해, 그들이 공동체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도록 말이야. 그렇다고 과거로 돌아가자는 말은 아니야(주: 저자들은 찬란했던 60년대 미국신문을 회고하고 있다). 미국의 기업형 신문 시스템은 이제 그 과도함으로 스스로 몰락하고 있는거야. 과거의 것을 복구하거나 이를 재창조해서는 안되거든!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시스템은 말이지, 지금보다 아주 아주 뛰어난 언론을 가능케하는 시스템이어야 하는거야! 새로운 시스템말이야!
언론은 공공재다
결론부터 말하면 저자들의 대안은 '적극적인 국가개입/지원 (government intervention/ support)'이다. 이를 통해 '다원적, 공적 언론 시스템 (pluralistic, public press system)'을 만들자는 이야기다. 이를 도출하는 논리적 구조를 살펴보자.
1. 미국 신문산업 위기를 묘사하면서 저자들은 ‘news hole’이 증가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News Hole! 멋진 표현이다. 최근 신문의 위기가 확대되면서 지역언론에 의해 포괄되지 못하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다. 즉 '뉴스 구멍'이 커지고 있다, journalism-free zone이 증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2. 그런데 모든 시민들에게 뉴스를 공급하는 것은 물과 전기를 공급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즉 뉴스 및 언론은 민주주의를 위한 사회공공재이다. 3. 이러한 공공재의 공급을 맡고 있던 '자유시장 free market' 시스템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그럼 '국가개입'은 필연적이다. 4. 여기서 '국가개입'과 '국가통제(government control)'를 동일시해서는 안된다. 5. 덧붙이면, 현재도 막대한 국가지원(각종 보조금 subsidies)이 신문산업에 이루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직/간접 보조금들이-매년 약 100억 달러 규모- 신문기업의 이윤을 높이는데 또는 신문기업 소유주의 배를 불리는데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If rich people determine there is no good money to be made in the news, then society cannot have news. Let's find a king und call it a day. 현 언론 시스템에서 부자들이 신문/뉴스를 만들 돈이 없다고 한다면 사회는, 시민들은 뉴스를 소비할 수 없게된다. 그럼 우리가 직접 해결방안을 찾아보자! 현재의 시스템에 종지부를 찍자! (주: 난 아직도 이런 류의 말을 들으면 가슴이 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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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ruth is that government policies and subsidies already define our press system. 사실 정부 정책과 보조금은 현재의 언론 시스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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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 companies and their lobbying groups will argue against the "heavy hand of government" while defending existing subsidies. They will propose more deregulation, hoping to capitalize on the crisis to remove the last barriers to print, broadcast and digital consolidation in local markets--creating media "company towns", where competition is eliminated, along with journalism jobs, in pursuit of better returns for investors. 미디어 회사들과 그들의 로비단체들은 정부의 강력한 개입을 반대할거야. 그러면서 뒷구멍으로는 정부 보조금을 만끽하고 있지. 그들은 아마 '탈규제'를 해법으로 제시할 거야. '탈규제'를 통해 지역시장에서 '방송'과 '디지털'과 '신문'을 '융합'하자고 이야기할 거야. 이건 지역을 'company town'으로 만들겠다는 거지. 경쟁이 사라진 company의 세상이 되는거야. 그렇게 되면 기자들의 일자리가 늘어날까? 웃기는 소리, 투자자들에 보다 높은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선 일자리 증가는 언감생심이지.
여기서 비판 하나: news hole을 정의함에서 있어 저자들은 길거리의 '신문가판대'만 본 것 같다. 방송과 인터넷은 저자들의 관심밖에 있을까? 저자들은 매체(신문)의 위기가 아니라 언론의 위기라고 지적하면서, '언론/저널리즘'-내용-과 그 '전달 매체'-형식-를 구별하며 매체를 부차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하지만 글 전체를 통해 '언론press=신문newspaper'라는 등식이 적용되고 있다. 이 부분이 이 글의 주요 한계다. 좀더 살펴보자.
신문을 다시 살리자?
위기 해법에 대한 저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먼저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일반론적인 이야기다.
We need to have competing independent newsrooms of well-paid journalists in every state and in every major community. 서로 경쟁하는 독립적인 뉴스룸이 필요하다. 적당한 월급을 받는 기자들이 이곳에서 일을 하게될 것이고, 이 뉴스룸은 모든 주, 모든 대도시에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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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not about newspapers or even broadcast medie. 신문이나 방송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주: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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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eally this will be a pluralistic system, where there will be different institutional structures. 이상적으로는 다양한 구조(주: 소유구조 및 매체)를 가진 다원적 구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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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re will be a range of perspektives from left to right. 좌, 우의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각각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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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ight of any person to start his or her own medium, commercial or nonprofit, at any time is invioable. (주: 글의 백미다, 미국 헌법 수정해야 할 듯 ^.^) 모든 인간은 언제나 자신만의 매체를 소유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 매체가 상업성을 띄고 있던지 또는 비영리적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러한 인간의 매체권리는 다른 그 무엇에 침해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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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irst order of any government intervention would be to assure that no state or region would be without quality local, state, national or international journalism. 정부개입정책의 제1목표는 미국 모든 주 또는 지역에 수준높은 지역, 주, 전국 또는 국제 언론이 공급되는 것이다.
이제 글의 끝부분에 이르면서 '정부개입' 형태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들이 쏟아진다. 그런데 대부분 '신문산업'을 위한 지원책이다. 온라인 언론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아마도 저자들은 신문을 지원하면 해당 신문뿐 아니라 이 신문과 연관된 뉴스사이트의 수준이 동시에 높아진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구체적 제안(immediate journalism economic stimulus)을 들어보자.
1. 매년 200억 달러를 지원, 3년간 총 600억 달러 지원 (아래에 소개되는 지원책의 예산은 모두 이 600억 달러에 포함된다),
2. 광고 수익이 전체 수익의 20%미만인 신문/잡지사의 우송료 전액 정부 부담 (20%면 기업형 신문은 대부분 이 혜택을 받을 수 없게된다, 즉 대안신문/잡지들이 대부분의 수해자가 된다),
3. 신문을 정기구독하는 모든 미국 시민들에게 연간 200달러의 세금공제를 제공한다 (총 3년간). 즉 세금내는(!!!) 시민들은 3년간 신문을 사실상 공짜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신문시장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지 않아도 된다. 소비자가 선호하는 신문사들은 그에 상응해서 정기구독자를 다수 확보할 수 있게 되고, 이와함깨 매출이 상승하게 된다. 신문에 대한 '시장에 의한 선별'이 가능해 진다는 얘기다. 그리고 정기구독자가 많아진 신문사들은 3년동안 온라인 시대를 준비할 수 있게된다. 해택을 받는 신문사들에게도 하나의 조건이 있다. 그들 기사의 90%를 바로바로 온라인에 무료로 제공할 것!,
4. 젊은 층을 위한 대책: 미국 모든 중/고등학교 및 대학에 '학생신문(!)' 및 'FM 라디오 방송국'을 정부재원으로 설립할 것! 물론 학생신문과 학생라디오의 해당 웹사이트 제작/운영비도 제공할 것!
핵심은 3번이다. 시장을 통해 정부가 간접개입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좋다. 그런데 그 결과 약 4-5배로 정기구독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신문사에게 어마어마한 축복이다. 신문사들 또는 그 소유주들이 번거롭게 '자기반성'하지 않아도, 즉 지금처럼 신문 만들어도 향후 3년간 역사상 최고의 판매부수를 올릴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언론의 자기개혁이 가능해질까?
저자들의 주장은 결국 600억 달러 대부분을 그들이 그렇게 비판했던 '기업형 언론(아니지 신문!) 시스템'에 거져주자는 이야기 아닌가? '매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언론/저널리즘'이 중요하다면서 왜 신문이라는 '특정 매체'만 살리려 하는가? 이건 서두에서 이야기한 저자들의 원칙과 상반되는 이야기다. 과거의 시스템을 복구(restore) 또는 재창조(recreate)하자는 이야기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저자들의 글은 훌륭하다. 원칙도 멋지고, 언론에 대한 자기반성도 통렬하다. 새로운 시스템, 즉 '다원적, 공적 언론 시스템 (pluralistic, public press system)'의 밑그림도 제대로다. 그러나 그 정책적 제안들에는 아쉽게도 동의할 수 없다.
추가 1: 긴 글이 되었다. 이 글보다 더 긴 저자들의 원글, 시간되시는 분들 꼭 읽어보셨으면 한다. 대학교재로도 좋고, 언론 종사자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토론거리다.
추가 2: 미국하원에서 '신문사 살리기'(the newspaper revitalization act)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있는 듯 하다. 관련글(이건 짧다)은 여기를 클릭.
Posted by 강정수 @npool